2019.4.30. 화요일. 맑은 날.
늦잠을 자고, 늦은 점심을 먹고 빈둥거리다 오늘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수건을 세탁기에 돌려놓고, 방을 한 번 닦고 책 한 권을 꺼내 엎드렸다.
책상엔 왜 이렇게 앉기가 힘든 걸까.
배를 깔고 누워 영어 관련 책을 읽었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 그런 사람들이 쓴 영어 책은 거의 읽어보려 한다.
작심삼일도 못 가고 작심 세 시간 정도 가는 정도이지만, 왜 인지 모르게 이런 유의 책을 읽고 나면 괜히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꼭 읽어 보려 한다.
이런 영어 공부 조언 같은 책들은 대개 비슷한 공부법들이 많다.
오늘 읽은 책도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냥 매일 듣고 또 말했더니 어느새 귀가 트이고 입이 트였다는 얘기.
아, 그래! 지금 하는 대로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나도 비슷해지지 않을까 하면서 책을 읽었다.
책만 읽었을 뿐인데 또 배가 고파 샌드위치를 해 먹고, 오늘은 진짜 걸으러 나가는 발걸음이 무거운 날이다.
현관문 문고리 잡기가 세상에 제일 어려운 일인 건가.
빨래를 널고 더더더 널브러져 있다가 해가 다 져서야 겨우 몸을 세우고 걸었다.
오늘도 아파트 단지를 크게 10바퀴 돌리로 한다.
걷다가 신기한 면을 발견했다. 매일 걷던 코스보다 훨씬 힘차고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 것이다.
짧은 코스라서 그런 걸까. 잘 모르겠다. 걷다 보니 어느새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나는 원래 땀이 많이 나지 않은 체질이라고만 생각하고 살았다. 엄마 말로는 운동을 안 해 땀방울이 막혀 있는 거란다.
운동을 해도, 매운 음식을 먹어도 살짝 식은땀 나듯 이마를 적시는 정도이지 땀이 주르륵 흘려 본 기억이 없다.
오늘 빠르게 걸으면서 이렇게 매일 운동하다가 땀방울도 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다시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더 힘차게 걷게 됐다.
그리고 걷기만 했을 뿐인데도 내 손은 항상 퉁퉁 부어있었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건가, 이것도 운동 부족인 건가 모르겠지만.
나는 운동을 하면 땀이 안나는 증상과 손가락이 퉁퉁 부어오르는 증상, 허벅지가 가렵고 울퉁불퉁 콜린성 두드러기가 나는 증상이 있었다.
처음엔 이것이 건강의 문제 있은가 해서 신경과를 여기저기 다녀 봤지만 별다른 증상은 아니라는 얘기만 들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온통 빨갛게 달아오르고 두드러기가 나 오래 걷는 건 조심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운동을 소홀히 하면서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이?
걷다가 어느새 생각이 10년도 더 된 옛 생각까지 났다.
모든 근원이 움직임의 부족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더 열심히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더 하게 됐다.
아파트 단지를 돌 때 항상 만나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술에 취한 사람과 담배를 태우며 걷는 사람이다.
술에 취한 사람은 내가 피해 걷기만 하면 되지만, 담배를 태우며 걷는 사람은 정말...
우리 동네는 젊은 사람들이 길 담배를 태우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 껄렁 거림의 걸음걸이도 닮아 있다. 신기하다. 사람은 매 번 다른데 모두 비슷한 사람 같다.
몇 번의 숨을 참으며 걸었는지.. 또 숨을 참으며 느끼는 것 하나. 나.. 폐활량이 참 좋지 않구나.
5바퀴를 돌았을 즈음부터는 걷는 게 재밌어졌다. 힘들고 등 뒤에 땀줄기가 흐르는 느낌도 받았다.
더 힘주어 걸었다. 8바퀴를 돌았을 때 만보기에 만보가 채워졌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10바퀴를 채우고 들어가자고 마음을 다 잡고 더 걸었다.
바닷가를 갔다 오는 코스보다 더 운동이 되는 기분이다. 며칠은 조금 더 이곳에서 걸어 보기로 한다.
다 걷고 씻고 나오면 왜 매번 배가 고픈지. 그리고 그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나.
결국 살은 빠지지 않고 건강한 돼지가 되고 있는 나.. 오늘도 빠지지 않고 먹었다고.. 한다.
걷기 인증
'걷는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다, 매일 #15 (0) | 2019.05.03 |
---|---|
걷다, 매일 #14 (0) | 2019.05.02 |
걷다, 매일 #12 (0) | 2019.04.30 |
걷디, 매일 #11 (0) | 2019.04.29 |
걷다, 매일 #10 (0) | 2019.04.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