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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걷다, 매일 #12

by 써너리 2019. 4. 30.

2019.4.29. 월요일. 흐리다 비 오다 다시 흐렸다.

다시 멍해지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버렸다.

걸을까 말까 오늘도 고민을 했다.

조금 귀찮아져 빈둥거리다 저녁에 걸어야지 했다.

오후 6시쯤이었나.. 베란다로 밖을 내다봤더니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었다.

그러게 그전에 미리 걷고 올걸. 또 후회를 반복했다.

일단은 방에 누워 뒹굴면서 책 한 권을 꺼내 읽었다.

내심 비가 굵지 않아 금방 그치겠지? 생각했는데 어느새 비가 그쳤다.

오늘은 몸도 무겁고 늦은 시간이라 동네 어귀를 돌기로 했다.

걷다매일

 

동네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크게 몇 바퀴 돌기로 한다.

한 바퀴씩 돌 때마다 나와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왼쪽 방향으로 그분들은 오른쪽 방향으로 돌아, 한 바퀴씩 돌 때마다 다른 지점에서 겹쳐졌다.

내 걸음이 느린 건가 그분들 걸음이 빠른 건가.. 괜한 자존심 대결 같은 걸까.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 속도를 내, 조금 더 이른 지점에서 만나기로 바라는 마음에 더 힘차게 걸었다.

그렇게 몇 바퀴를 같이 돌면서 그분들과 엇갈린 만남을 가졌다.

만보기에 만보만 채우면 집으로 들아갈 참이었다.

9 천보 이상 찍힌 만보기를 확인하고 이제 집에 갈까? 하던 찰나 그분들이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괜히 내가 이겼다는 생각이 들어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아파트 단지를 돌다 동네 헬스장에서 나오는 아주 몸매가 예쁜 여자를 보게 됐다.

온몸이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고 있었고 헬스장 앞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거 같았다.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내 눈에, 내 마음에 담았다.

나도 저렇게 말랐을 때가.. 있었는데.. 하면서..

예뻤다. 예뻤다는 말이 조금 거북하다면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남을 보면 나도 저런 모습을 하고 있으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 한 번씩 다른 분들도 하지 않나.

딱 그 마음이었다.

나도 저런 모습을 하고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았다.

걷기 시작하면서 식욕이 좋아지고 있다.

밥도 맛있고, 과자도 맛있고 다 맛있다.

조금씩 더 챙겨 먹다 보니 걷기 10일 차가 지났지만 몸무게는 변화가 거의 없다.

아주 미세하게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이다.

한 마디로 티도 안 난다는.

물론 몸무게가 늘고 있지는 않다. 다행 중 다행이다.

생각에 변화가 생긴 건 있다.

이제 건강하게 나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언제부터 살이 찌게 되었는지, 뱃살은 언제부터 이렇게 접혔는지, 모든 게 엉망 같을 땐 다 놓고 싶어 지지만, 그러기엔 용기마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갉아먹는 날이 무척이나 많았다.

아직도 가끔은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일시적인 현상이 되었다.

조금 걸으면서 움직이니 생각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천천히 변해도 좋으니, 이 마음. 상처 받지 않고, 건강하게 다듬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생겼다.

이런 게 정신이 건강해졌다고 하는 걸까?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르겠다. 아파트 단지를 크게 도는 코스는 다 좋았지만,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만 없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집에 도착해 오늘은 반신욕을 하고 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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