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27. 토요일.
어제 비가 온 뒤라 공기가 맑아졌다.
책을 두 권 챙겨 카페로 갔다.
책 읽다가 영어 공부하다가 오늘은 하루 종일 카페에 있을 생각이었다.
<운을 읽는 변호사>를 다 읽고, 빅뱅이론 7 1화를 계속 봤다.
<이젠 내 시간표대로 살겠습니다>도 조금 읽었다.
이 책을 다 읽고 집으로 갈까 하다 운동을 쉬는 게 괜히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 <운을 읽는 변호사>를 반납하고 책 2권을 더 빌려 집으로 왔다.
엄마께 같이 운동 갈래? 라고 물었더니,
지금 서울 큰 외삼촌이 많이 아프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하셔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셨다.
위독하다고 하면 바로 서울로 갈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
조용히 혼자 집 밖으로 나왔다.
나는 큰 외삼촌과의 추억이 많지 않다. 살면서 10번 정도 봤을까? 싶을 만큼 가깝게 지내지 못했다.
큰 외삼촌은 일본에서 일을 하시다 약 10년 전 귀국하셨다.
그래서 어릴 땐 일본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외삼촌이 괜찮으신 지 걱정하던 가족들을 보곤 했다.
그 뒤로 덩당아 나도 일본 지진.이라는 뉴스만 나오면 덜컹 겁이 나곤 했다.
그런 외삼촌이 귀국을 하시고 이젠 외삼촌네 가족들과 행복하게만 지내실 줄 알았는데 몇 년 뒤 위암 초기 진단을 받으시고 수술을 하셨다.
정말 다행히도 초기에 발견되어 수술도 잘 끝나셨다고 전해 들었다.
그렇게 다시 몇 년..
엄마가 가끔 남매계를 다녀 오실 때마다 큰오빠가 살이 많이 빠졌다고 걱정하셨다.
몸에 살가죽밖에 없다며.. 어두워 지는 표정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걸으면서 온통 생각이 외삼촌에게 잠겨있었다.
내가 12살이 되던 해. 강릉에 눈이 많이 와 서울까지 가는 버스가 14시간 만에 도착했던 그 날.
터미널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당산역에 도착했다.
큰 외삼촌이 모처럼 한국으로 들어와 오랜만에 모든 형제가 만나는 그런 날이었던 거 같다.
지하철 개찰구를 빠져나와 조금 걸어 갔더니 반대편에서 외삼촌이 뛰어 왔고, 엄마, 이모, 삼촌들이 외삼촌을 향해 소리쳤고, 덩달아 나도 같이 뛰어갔더니 외삼촌이 내 두 볼을 감싸면서 "어이구 어이구 왜 이리 많이 컸어?" 하면서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
내겐 유일하게 그때가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괜히 운동을 나왔나.. 빨리 마치고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조금 빠르게 걸었다.
집에 갔을 때 엄마가 서울에 갔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도 함께 걸었다.
주말이라 바닷가에 사람이 많았다. 바닷가에만 오면 평온하단 생각이 든다.
근심 걱정을 달고 온 얼굴이 없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의 얼굴들이 밝다. 사진 찍는 사람, 웃으며 얘기하는 사람,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는 사람 등 다양하지만 모두가 들떠있는 기분이 나에게도 전이가 되는 듯 했다.
바닷가를 빠져나와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며 집으로 향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어떤 아저씨가 내게 '혹시 걸어오다 기저귀 찬 하얀 강아지 못 봤어요?' 하시며 작은 개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동시에 손은 한 1m 남짓 벌리셨다.
'못 봤어요' 나는 다시 물었다. '작은 개예요? 큰 개예요?'
'작아요. 한 요 만해(손은 다시 1m 남짓 크게 벌리셨다.)'
저 정도면 큰 개 아닌가 생각하던 찰나 사실 본인 개가 아니고 손님 개라고 하시며 본인도 본 적은 없다고 하셨다.
방금 잃어버려서 찾아다니고 있다고 혹시 하얀색 기저귀 차고 있는 강아지를 보면 여기 낚시 집으로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어둠 속 어딘가에서 강아지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걸으면서 나도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는 또 왜 길을 잃었니..
집에 다 달아서 아파트 위로 베란다를 올려다봤다.
엄마가 안절부절 왔다 갔다 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가 서울로 가지 않았다는 건 괜찮다는 뜻이기도 해 조금 마음이 놓이면서도 엄마 모습에 걱정이 됐다.
집에 들어왔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앉아 계셨다.
'서울에서 연락 왔어?' '응 입원하셨대'
위험한 순간은 넘긴 모양이다.
안심이 되었다. 엄마는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계셨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엄마가 해 놓은 나물 반찬들을 잔뜩 퍼 밥을 먹었다.
'엄마 이거 맛있다' '엄마 이것도 맛있다'
괜히 한 마디 한 마디 더 던졌다.
'으응 버섯도 볶아 놨어. 덮밥처럼 비벼 먹어봐 맛있어'
'응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밥을 한 그릇 비우고 '잘 먹었습니다' 하고 샤워를 했다.
엄마는 불을 끄고 누우셨다.
나도 씻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걷기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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