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5.3. 금요일. 맑은 날.
16일째 걸으면서 느끼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매일 의무감으로 걷게 된다는 것, 다리에 힘이 들어가 뭔가 걸음걸이에 자신감이 있는 듯한 기분을 받는다는 것, 몸무게는 변화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더 찌는 날도 있다. 입맛이 돈다고 해야 할까? 운동을 하고 나면 허기가 져 군것질이라도 하게 되었다. 밥을 먹고 간식을 먹고 하다 보니 16일째 몸무게는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다. 몸에도 그 어떤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얼굴살이 조금 빠졌나? 아닌가 나 혼자 긴가 민가 하는 정도 말고는 살이 빠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사실 살을 빼고 싶기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싶고 바깥공기도 마시고 싶고,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니까 걷고 있지만 조금 변화가 와 주면 더 열심히 걷게 되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다. 걷기 관련된 영상이나 글들을 찾아보니 2달 정도는 걸어야 살도 조금씩 빠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아직 새내기 주제에 너무 이른 결과물을 원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성, 반성.
옛날에도 한창 걷기 운동을 하다 포기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더딘 체중 감량이 이유였던 거 같다. 5 천보를 걸으려면 보통 걷는 속도로 1시간 남짓은 걸어야 한다. 만보를 채우려면 2시간가량 걸어야 하는데 하루 2시간 투자해서 한 달에 몸무게 3kg도 안 빠지니 더더욱 흥미를 잃었던 거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이제 보름 동안 걸었지만 몸무게는 변화가 없고 오히려 입맛이 좋아 더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한 순간 "아, 오늘은 그냥 쉴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 수십 번씩 든다. 그래서 결국 저녁도 저물고 다 늦어서야 꾸역꾸역 나가고 있다. 만보를 채우지 못한 것에 죄책감이 들까 봐서이다. 나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 같아서 더 그렇다. 하루 반성하는 마음으로 일단 걸으러 밖으로 나가면, 나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나가는 게 맞아!" 하는 생각으로 결국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현관문 문고리를 잡는다. 그리고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요즘은 야구가 재미있다 보니 저녁에 "야구 조금 보다가 나가야지!" 하다 8회부터 점점 재미있어지는 야구 때문에 "다 보고 갈까. 그럼 10시가 넘는데? " 야구경기가 없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하는 고민거리다.
나는 한화를 좋아한다. 대전과는 상관이 없고, 한화하고는 더더욱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한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화 팬들 때문이다. 한화라는 야구팀은 만년 꼴찌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10점 차 이상의 점수차로 지고 있어도 한화 팬은 단 1점을 내고도 좋다고 웃는다. 언젠가는 우리도 플레이오프도 올라가고 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그들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좋았다. 내가 아무리 못해도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가끔은 어쩜 저렇게 못할까? 하며 짜증도 나겠지만, 꿋꿋이 내 팀을 봐준다는 것. 그게 참 좋았다.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훨씬 더 많아도 변하지 않고 그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게 사랑 아니면 뭘까. 그래서 나는 한화를 좋아한다. 앞으로 좋아질 성적밖에 없는 한화를 응원한다.
오늘도 8회에 4:4 동점이 되었다. 아 보고 갈까? 연장까지 가면 오늘 운동은 못 하는 건데. 점점 고민이 가중되었다. 일단 9회 초를 봤다. 바로 솔로 홈런을 맞아 버렸다. 4:5 이런. 내가 봐서 그런가. 안 되겠다. 나가자! 9시가 넘는 시간에 겨우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를 돌기 시작했다. 한 바퀴쯤 돌면서 야구 경기 결과를 핸드폰으로 확인했다. 결국 4:5로 졌다. "아 졌네" 나는 안 보고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다시 또 힘차게 걷는다. 내가 응원하는 누군가가 잘 되면 나도 좋다. 그 에너지가 내게도 오게 된다. 그날은 기분이 좋다. 오늘은 졌지만 나는 나와서 운동을 하고 있으므로 결국 좋은 날인 게 된다.
어떤 영상에서 하루에 1만 보 정도 걷는 걸로는 그냥 건강을 유지하는 양이지 살이 빠지는 운동량은 아니라고 했다. 2만 보는 조금 무리일 거 같아, 오늘은 1만 5천 보이상 걷는 걸 목표로 걸었다. 아파트 단지를 10바퀴 정도 돌아야 나오는 수치이다. 걷다 보면 술 취한 사람, 담배 태우는 사람도 만나지만 포장마차가 장사를 마치고 문을 닫는다. 그때 뭔가 뿌듯해진다. 누군가는 하루를 마치는 시간이고 내가 한 바퀴 돌고 오면 이 동네도 무언가 변화가 있다는 게 느껴진다. 조금 전에 저기 서 있던 무리들도 어느새 사라져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아주 작은 변화들이 조금씩 느껴질 때 기분이 참 묘하다. 시간이 점점 더 늦어지면 동네도 사람이 없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동네를 혼자 걸어 본 적 있는가? 불빛은 환하게 비치고, 공기에서 소리가 들리는 기분. 이런 걸 몽환적이다 표현하면 맞을까. 기분이 참 신비할 때가 있다. 그래서 밤 운동의 매력이 있다.
결국 늦장 부려 걷기를 시작하다 밤 운동만의 묘한 매력에 빠지고 있다. 하루를 운동으로 마감하고 있으니 "나 너무 건강한 어른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냥 걷기만 했을 뿐인데도 말이다. 그럼 땀을 철철 흘리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성취감은 얼마나 더 클까. 싶기도 하다.
오늘도 동네를 돌며 혼자 사색에 빠지기도 하고,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서 뭘 하다 잠들까 생각하기도 한다. 오늘은 진짜 아무것도 먹지 말고 그냥 잠이 들길 바란다.
나는 샤오미 체중계를 사용하고 있다. Mi Fit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매일 체중과 만보기를 활용하고 있다. 손목시계 형태로 나오는 워치를 사용하지 않고 핸드폰 어플로 걸음 수를 측정하고 있다. 아마 스마트 워치를 구매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도 정확한 편은 아니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았는데 200보밖에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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